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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통권 64 AMNESTY MAGAZINE 군형법 제92조의6 , 차별을 제도화 하다 14년 만에 다시 꺼낸 보고서 국제 총회, 화석연료 기업 투자 철회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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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통권 64호

AMNESTY MAGAZINE

군형법 제92조의6,

차별을 제도화 하다

14년 만에

다시 꺼낸 보고서

국제 총회, 화석연료

기업 투자 철회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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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1 편집을 마치며

2 국제인권뉴스

4 군형법 제92조의6, 차별을 제도화 하다

8 14년 만에 다시 꺼낸 보고서

12 2019 국제앰네스티 양심대사상

15 국제총회, 화석연료기업 투자 철회 결정

16 사람책 도서관, 편견과 차별, 혐오에 맞서다

Cover Image 올해 3월 런던에서 열린 기후위기 행진에 참여한 청소년의 피켓 액션

© Amnesty International (Photo: Richard Burton)

통권 제64호

발행일 2019년 10월 2일

발행인 한은수

발행처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주소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56 운현하늘빌딩 8층

편집인 이경은

편집장 이은영

기획 모금회원팀 집필 국제앰네스티

번역 이은영(번역가)편집 박성령

후원문의 02 - 730 - 4755웹사이트 amnesty.or.kr페이스북 AmnestyKorea트위터 AmnestyKorea인스타그램 AmnestyKorea디자인 디자인생선가게

AMNESTY MAGAZINE

국제앰네스티는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위협으로부터 모든 사람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활동

하는 세계 최대 인권단체입니다.국제앰네스티는 모든 사람이 ‘세계인

권선언’과 국제인권기준에 명시된 인

권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전 세계 160여 개국에서 700만 명의 평범한 사람들이 특별한 변화를 만들

기 위해 함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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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작물은 FSC인증, 친환경용지에 콩기름 잉크로 인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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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UMAN RIGHTS KEY DATE

15일

9월

국제 민주주의의 날

21일

9월

국제 평화의 날

2일

10월

28일

9월

알 권리의 날

1일

10월

국제 비폭력의 날

17일

10월

10일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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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거의 날 세계 사형폐지의 날 세계 빈곤퇴치의 날

EDITORIAL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합니다

16세 그레타 툰베리는 매주 금요일, 학교에 가는 대신 스웨덴 의회 앞에서 정부에 기후위기에 맞서 행동

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헌 박스를 뜯어 만든 피켓을 들기 시작했습니다. 나비의 날갯짓 같던 이 행동은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라는 청소년 연대로 번졌고 전 세계를 휩쓰는 태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쿠미 나이두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전 세계 교장 선생님들에게 공개 편지를 보냈습니다. 9월 20일과

27일 전 세계에서 벌어진 ‘기후를 위한 결석 시위(climate strike)’에 참여하려는 학생들을 막지 말아

달라는 내용으로 말이죠.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UN 총회에 전 세계 지도자들이 모였습니다. 여기서 기후위기에 미온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책임자들을 앞에 두고 툰베리는 굳은 표정으로 기후변화의 책임을 물었습니다. 습관적으

로 환호를 보내는 청중의 박수를 순식간에 머쓱하게 만들어 버릴 정도로 그는 단호했습니다.

트럼프를 비롯한 강대국 지도자들은 불쾌감을 드러냅니다. 대놓고 ‘스펙 쌓아서 멋진 미래를 추구한다’

고 이들을 모욕하고 끌어내리려 합니다.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미래 자체를 빼앗겼다는 절박함을 호소

하고 있는데 말이죠.

우리는 그레타 툰베리, 미래를 위한 금요일과 한국의 청소년 기후 행동 운동과 함께 합니다. 기후변화가

불러오는 인권위기는 곧 우리의 위기입니다. 기후위기에 대해 우리는 당장 행동해야 합니다.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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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홍콩사우디아라비아

필리핀

한국

한국지부 웹사이트에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권침해 현장을 지금 확인해보세요!

FIND OUT MORE

2019년 7월~8월에 보도된 뉴스 중 일부

AMNESTY AROUND THE WORLD

국제인권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인권 관련 개정안 발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인권 관련 핵심 개정안을 발표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억압적인 남성 후견인 제도의 일환으로 여

성을 제한하던 다수의 법률을 대폭 개정해 그 제한을 완화하

겠다고 발표했다. 법이 개정되면 여성은 남성 후견인의 허가

없이도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으며 자유롭게 여행을 떠날 권

리를 보장받게 되는 것이다. 또한 집안을 이끌거나 가족 관련

문제의 일부를 해결할 수 있는 동등한 권리를 얻는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인권 옹호자들이 구금되어 있는 만큼, 억압을 끝

내고 평화적인 활동을 이유로 구금된 활동가들을 조건 없이

즉시 석방해야 한다.

필리핀 ‘마약과의 전쟁’에 압박 가할 유엔 결의안 통과

유엔인권이사회가 필리핀의 심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조사하

고 보고하라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조사 대상에는 ‘마약과

의 전쟁(War on Drugs)’을 이유로 한 필리핀 정부의 불법적인

살인 등이 포함되어 있다. 두테르테 정권은 마약에 연루된 사

람들은 ‘범죄자’이기 때문에 이들을 살해하는 것은 “정당하다”

고 주장했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정부 추산 6,600

명에 이른다. 우리는 보고서 <그들은 그저 죽일 뿐>을 발간해

법적 절차 없이 작성된 ‘마약 감시 대상’ 명단을 바탕으로 빈곤

층들을 살해하는 필리핀 정부와 경찰의 실상을 폭로했다. 이번

결의안은 우리를 포함한 국제 시민 사회 단체가 다년간 진행한

캠페인의 결과물이다.

ⓒ Amnesty International

ⓒ Amnesty Internat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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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범죄인 인도법 철회, 시위를 향한 경찰 대응을

조사하라

캐리람 홍콩 행정 장관이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을 철회하겠다

고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인권 위협적인 개정안이 공식적으로

철회된 것은 환영할만한 소식이지만 시위 과정에서 홍콩 당국

이 극도의 불법적인 방법으로 시위대를 억압한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평화적 시위에 나선 사람들은 최루 가스와 후추 스프

레이, 고무탄 등을 동원한 경찰의 폭력진압에 맞서야 했고, 이

과정에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우리는 경찰의 과도한 무

력사용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대중 통제’

목적의 비살상무기를 홍콩으로 이전하는 것을 중단할 것을 요

구한다.

일본 교수형 집행하며 인권에서 또 한걸음 멀어져

지난 8월, 일본이 2건의 사형을 집행했다. 2019년 일본에서 집

행된 첫 사형으로, 아베 총리 정부 출범 이후 집행된 사형 건수

는 38건이다. 일본에서 사형 집행은 비밀리에 진행된다. 대부

분의 사형수는 사형 집행 불과 몇 시간 전에 사형을 통보 받고,

일부는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한다. 사형수의 가족들은 사형

이 집행된 이후에야 집행 사실을 통보 받는다. 일본은 내년 4월

유엔범죄방지 및 형사사법위원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지금

이야말로 일본의 형사사법제도가 국제인권법 및 인권기준에

온전히 부합하는지 검토해야 할 때다. 일본 정부는 사형제도에

대한 논의를 장려하고 즉시 모든 사안에 대한 사형 집행 유예

를 선포해야 한다.

한국 군형법 제92조의6, 폭력, 학대, 차별을 조장하다

군형법 제92조의6은 동성 간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범죄화하

고 있다. 이 조항에 따라 유죄를 선고 받은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으며 동성애자 군인이 휴가 중 군 부대 밖의

개인 공간에서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져도 처벌될 수 있다. 이

는 사생활권, 평등권을 포함한 인권을 명백히 침해하는 것이

다. LGBTI에게 차별적이고 적대적인 군대 환경은 ‘전통적 성

별 규범’을 따르지 않는 LGBTI 군인들을 괴롭힘, 희롱, 차별,

폭력에 노출시킨다. 우리는 보고서 <침묵 속의 복무: 한국 군

대의 LGBTI>를 발간하여 제도와 법률로 인해 LGBTI 군인들

이 폭력과 괴롭힘, 차별을 겪고 있음을 폭로하고 해당 법률을

폐지 할 것을 한국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구글, 드래곤플라이 프로젝트 폐기

지난해 8월, 구글이 중국 당국의 인권 침해적 검열 기준을

충족하는 검색 엔진을 ‘드래곤플라이’라는 프로젝트명 아

래 개발 중이었음이 드러났다. 우리는 구글에 인권을 대가

로 맞바꾼 드래곤플라이 프로그램 개발을 포기하고, 프로

젝트 개발에 반발한 직원들을 보호할 것을 요구했다. 국제

앰네스티의 드래곤플라이 중단 캠페인 이후 구글의 고위

임원은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드래곤플라이’ 프로젝트를

‘폐기’했다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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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mnesty International

ⓒ Amnesty International ⓒ Amnesty Internat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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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S

군형법 제92조의6 차별을 제도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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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LGBTI 인권 지형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5월에는 대만이 아시아에서 최초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했고, 동성 간 성관계에 최고 징역 7년을 구형

하던 보츠와나는 지난 6월 대법원에서 이를 처벌 대

상에서 제외하는 판결을 내렸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계속되고 있다. 20년 전 약 50여 명으로 시

작했던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이제 15만여 명이 참여

하는 축제의 장이 되었다. 더 이상 LGBTI 인권은 서

구문화의 전유물도, 전통윤리를 거스르는 잘못된 윤

리관도 아니다.

그러나 한국에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며,

LGBTI가 여전히 고통 받고 있는 곳이 있다. 이곳은

특별한 곳도, 소수의 사람들만 경험하는 곳도 아니다.

한국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2년 동안 살아

가야 하는 곳, 바로 ‘군대’이다.

우리는 증언을 바탕으로 한 2년 간의 조사과정을 통

해 군대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차별과 인권침해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지난 7월, 이 과정을 담은 한국 군대

의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조사 보고서 <침묵 속의 복

무: 한국 군대의 LGBTI>를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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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전례없는 대규모 조사와 기소

지난 2017년, 20명 이상의 군인이 육군중앙수사단에서 조사

를 받았다.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진 상대가 동성이라는 것이

수사의 이유였다. 이 조사로 피해자들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

었다. 이 사건의 피해자 ‘김여준(가명)’은 성공적으로 군생활

을 하고 있던 육군 간부였지만 수사 대상이 되면서 그가 쌓아

올린 삶은 송두리째 흔들렸다.

“대한민국 육군중앙수사단이 저에게

개인적으로 만나자는 연락을 했습니다.

그들은 헤어진 지 1년이 넘은 전 애인 ‘준서’를

아는지부터 물었습니다. ‘아니오’라고 답하자

수사관들은 소리치며 저를 위협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저는 과거에 준서와 연인

관계였음을 인정했습니다. 수사관들은 저에게

듣기 힘든 모욕적인 질문들을 쏟아냈고

저의 핸드폰을 디지털 포렌식했습니다.

얼마 후 저는 92조의6 위반을 인정했고,

기소는 유예되었습니다.”

2017년 육군 색출 사건 피해자 김여준(가명)

1 군형법 제92조의6(추행) : 제1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

(군인 또는 군인에 준하는 자)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 Amnesty International

차별을 조장하는 제도

놀랍게도 군대에는 인권침해를 합리화하는 ‘법적인 근거’가

있다. 바로 군형법 제92조의61 이다. 이 법은 동성 간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범죄화하는 조항으로 동성애자 군인이 휴가

중에, 자신의 집에서 합의 하에 동성 연인과 성관계를 가져도

처벌될 수 있다. 이는 표현의 자유, 평등권, 차별 받지 않을 권

리 등 다양한 범주의 인권을 보장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LGBTI 인권과 군대

군대 내 LGBTI 인권을 짓밟는 것은 군형법 제92조의6 뿐만

이 아니다. 대한민국 군대는 LGBTI를 향한 차별, 괴롭힘, 폭력

의 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 있다. 게다가 군대 특유의 위계 문화

는 이런 차별과 폭력을 처벌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는 일반 병

사 사이에서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

다. LGBTI 병사들의 개인정보를 함부로 관리하고 그들을 관

심병사로 대우하고, 가해자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등, 군

시스템은 LGBTI 병사들을 전혀 동등한 군인/인격체로 대우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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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D OUT MORE국제앰네스티 보고서

<침묵 속의 복무: 한국 군대의 LGBTI> 보기

ⓒ Amnesty International

군형법 제92조의6

1. 군형법 제92조의6이 없어지면 동성 간 성폭력을 처벌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군형법 제92조에는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준강간, 준

강제추행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이미 있으며 군형법 제

92조의6이 사라지더라도 군대 내에서 벌어지는 강간 등의

문제는 똑같은 기준으로 처벌할 수 있다. 오히려 군형법 제

92조의6은 조항에 명시된 ‘추행’이라는 단어를 기반으로

어떠한 행위가 추한 것이고 추하지 않은 것인지 국가가 자

의적으로 판단하여 처벌할 수 있게 한다.

2. 전투력 보존을 위해 동성 간 성 행위는 제한되어야 하

는 것이 맞지 않은가?

국제앰네스티는 국방부에 전투력 보존과 동성 간 성행위

사이의 상관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근거를 요청했다. 그러

나 국방부에서는 ‘이 둘 사이의 상관 관계에 대해 다룬 연

구 결과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3. 한국이 전시 상황이라는 점, 그에 따른 한국군대의 특

수성 등을 보았을 때 군형법 제92조의6이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국제인권규범에 따르면 차별 받지 않을 권리, 고문 받지 않

을 권리는 전시 상황에서도 적용 면제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는 민간인과 군인에 대한 법에 모두 적용된다. 또한 정부

는 전시든 평시든 동일하게 인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Q&A

“우리는 이 보고서를 발간하기까지 많은

인터뷰를 했습니다.

조사과정에서 확인한 것은 한국사회의

성소수자인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하기 어려워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거의 모든 인터뷰를 익명으로

진행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군형법 92조6은 단순히 군대 내의 법이

아닙니다. 의무적으로 군대를 가는

한국에서 성소수자가 아닌 사람도 이러한

법을 통해 ‘성소수자는 차별해도 된다’라는

인식을 배우게 됩니다.

이 법은 특정 성행위를 금지하는 법이 아니며,

차별을 제도화하고 군대와 사회 전체에서

LGBTI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조장하고

정당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로젠 라이프(Roseann Rife)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국장

다르지 않습니다

LGBTI 군인들 역시 똑같은 사람이고, 똑같은 군인이다. 그들

모두 사생활권, 자기결정권, 차별 받지 않을 권리를 동일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원하는 사람과 사랑을 나누고 추억을 쌓

아갈 권리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이 다르

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이 차별과 폭력, 처벌에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 군대의 문화를, 그 안에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는 시

스템을 바꾸어야 한다.

군형법 제92조의6의 폐지는 한국에서 LGBTI 낙인화를 해소

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우리는 보편적 인권 보호에 예외는

용납될 수 없음을 강조하면서, 어떠한 형태의 차별도 없이 모

든 사람의 인권이 존중, 보호, 실현되어야 함을 촉구한다.

※ 국제앰네스티와 인터뷰를 진행한 군인들 중 일부는 신원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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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FOCUS

14년 만에 다시 꺼낸 보고서정의의 목소리는 절대 시들지 않을 것임을

ⓒ Brian 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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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8월 14일, 故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으로 ‘위안부’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났다. 1932년부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전쟁

중 성 노예제로 고통 받은 여성은 20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2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본 정부는 사죄와 인정, 그리고 배상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그리고 할머니의 증언으로 시작

된 ‘위안부 기림일’인 지난 8월 14일, 1,400번째 수요집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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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호주 캔버라에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정부의 사과를 촉구하는 비행 액션과

길원옥 할머니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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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D OUT MORE국제앰네스티 보고서

<60년이 넘도록 계속되는 기다림 -

일본군 성 노예제 생존자들을 위한 정의 > 보기

일본 정부의 주장은 틀렸다

우리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중지하라는 범세계적 운동의 일

환으로 2005년에 ‘60년이 넘도록 계속되는 기다림 – 일본

군 성 노예제 생존자들을 위한 정의’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1932년부터 종전까지 일본이 노예제도, 전쟁 범죄, 반인도적

범죄를 금지하는 국제 규범 규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지적

하고, 해당 범죄에 대한 정의를 바로 세우고 피해자들에게 충

분한 배상을 제공할 의무를 지고 있음을 명확히 밝혔다. 그러

나 국제인권법과 국제인도법을 위반한 일본 정부에 배상을 요

구하는 생존자들의 노력은 국가면제(State Immunity)와 공

소시효에 대한 일본 정부의 주장에 번번히 좌절되어 왔다. 또

한 전쟁 상황에서 당국이 수행했던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국가무책임주의를 이유로 성 노예 생존자들에

대한 배상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우리는 국제법의 면밀한 분석을 통해 일본 정부가 고수

하는 국가무책임 원칙과 공소시효는 국제법상 범죄와 관련하

여 전혀 효력을 갖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한 국제인권법

과 국제인도법을 위반할 경우 국가면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개인이 배상 받을 권리가 여전히 열려있음을 재확인

했다.

14년 전 보고서를 다시 꺼내다

생존자들이 고령이 된 지금, 정의 구현은 더욱 시급해졌다. 이

에 우리는 이 문제가 과거의 일이 아닌 현재의 인권 문제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기 위해 2005년 보고서를 재발간했다. 이번

보고서 재발간 작업으로 우리는 다시 한번 국제 사회와 일본

정부에게 성 노예제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

해야 한다는 것을 널리 알렸다.

정의 회복이 늦어져서는 안 되는 이유

정의회복을 위한 생존자들의 노력은 한국 법원을 통해 계속

되고 있다. 2016년 12월 28일 생존 피해자 11명과 유족 등

20명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

했다. 소송은 일본 정부의 거부로 2년간 진행되지 못하다가

2019년 3월 법원의 공시송달로 본격적인 진행을 앞두고 있

다. 한국 법정에서 손해배상을 요구할 길이 다시 열렸지만, 재

판이 지연되는 사이 다섯 분의 할머니가 정의 구현을 보지 못

한 채 생을 마감했다.

이경은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성 노예제 생존자는 자국 법정

에서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고령의 할머니들께

서 계속 돌아가시고 있는 상황의 시급성을 고려할 때, 한국 법

원을 통해 생존자들의 정의회복을 구현하는 일이 더 이상 늦

춰져서는 안된다.”며 “향후 한국 법원의 결정은 국내 피해자

뿐 아니라, 중국, 필리핀 등 아시아 전역의 성 노예제 생존자들

과 전 세계 곳곳의 전쟁범죄와 반인도범죄 피해자에게도 정의

회복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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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 THE SCENE

2019 국제앰네스티 양심대사상그레타 툰베리 & ‘미래를 위한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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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기로 결심한 청소년들

‘미래를 위한 금요일’ 운동은 스웨덴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가

처음으로 시작했다. 2018년 8월, 그레타는 스웨덴 의회가 기

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진지하게 나설 때까지 매주 금요일

학교를 결석하고 의회 앞에서 시위를 하기로 결심했다. 기후

변화 위기에 대한 인식을 높이려는 그레타의 노력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지난 5월에는 전 세계에서 100만 명

이 넘는 청소년들이 학교 파업에 참여했고 100개국 이상에서

시위가 일어났다.

“인권과 기후위기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인권과 기후위기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나를 해

결하려면 다른 하나도 함께 해결해야 합니다. 기후변화는 사

람들이 식량을 생산하지 못하고, 주거지를 위협당하며, 건강

을 담보하지 못하게 됨을 의미합니다.”

– 그레타 툰베리

기후변화는 자연 환경에만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로 인한 재앙적 결과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사람

들이 현재 또는 미래에 겪게 되는 엄청난 피해를 고려하면 이

역시 긴급한 인권 문제가 된다. 기후변화는 기존의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강화시킨다. 또한 그 영향은 시간이 흐를수록 커

지고 악화되면서 현재, 미래 세대에 큰 피해를 남길 것이다.

우리는 각국 정부에 점진적으로 기후변화 대책을 더욱 큰 규

모로 확대하고, 그 과정에서 인권에 상응하는 방식을 따라야

한다고 촉구한다.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어린이, 청소년

등 기후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하

고 완화시키려는 노력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이들이

논의에 유효하게 참여하고 자신에게 직접적 영향을 주는 의

사결정 과정에 함께할 수 있도록 중요한 정보와 교육을 제공

할 것을 요구한다.

청소년 기후위기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와

청소년들이 주축이 된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운동이

2019 국제앰네스티 양심대사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이제 우리가 그 뒤를 따라야 할 때

‘미래를 위한 금요일’의 청소년 활동가들은 지난 9월 20일부

터 27일까지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성인들의 참여를 촉구했

다.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행동정상회담에 맞춰 전 세계적

으로 기후를 위한 파업에 돌입하며 일주일 동안 기후 행동을

벌였다. 우리는 파업에 동참할 수 있는 시민이라면 모두 동참

해 연대할 것을 지지했다. 한국지부는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921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참여해 함께 행진하며 기후변화

가 인권위기임을 알렸다.

앰네스티 양심대사상

(Ambassador of Conscience Award)

앰네스티는 매년 정의를 위해 용감하게 목소리를 낸 개인과 단체에

게 양심대사상을 수여하여 이들의 용기를 기리고 있다. 이 상은 자신

의 재능을 활용해 인권을 옹호하는 활동을 펼치고 다른 사람들에게

인권에 대한 영감을 준 사람들에게 주어진다. 2018 양심대사상은

미국에서 경찰에게 목숨을 잃는 흑인의 수가 과도하게 많은 것에 대

항하여 ‘무릎 꿇기(Take a knee)’ 운동을 펼친 미국 내셔널 풋볼리

그(NFL) 선수, 콜린 캐퍼닉이 수상했다.

FIND OUT MORE기후변화는 왜 인권문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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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1일

8월 9일

군형법 캠페인

유스 프로그램

우리는 한국 군대의 성소수자(이하 LGBTI) 인권 상황을 정리한 보고서 <침묵 속의 복무: 한국 군대의 LGBTI>를 발간했다. 본 보고서를 통해, 군대 내 합의에 의한 남성 간 성관계를 범죄화 하는 법률로 인해 LGBTI 군인들이 폭력과 괴롭힘, 차별을 겪고 있음을 폭로했다. 이 외에

도 온라인 탄원을 진행해 전 세계적

으로 55,000건의 탄원을 모았다.

인권에 관심 있는 10-20대 유스를 대상으로 앰네스티와 인권, 젠더 규범, 고정관념에 대해 함께 살펴보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프로

그램은 12월 초까지 진행된다.

8월 2~4일

8월 14일

ⓒ Amnesty International

9월 28일

KAL기 납북 피해자 황원 씨 가족 간담회

8월 30일 ‘세계 강제실종 희생자의 날’과 9월 12일 황원 씨의 생일을 맞아 KAL기 납북으로 발생한 강제

실종 사건을 이해하고 피해자 가족

들이 겪어온 고통을 나누기 위해 황원 씨의 아들이자 ‘1969년 KAL기 납치피해자가족회’ 대표인 황인철 씨와 회원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 Amnesty International

ⓒ Amnesty International

JOURNEY FOR CHANGE

변화를 위한 활동

2019 Write for Rights “올해도 우리는 편지를 씁니다” 2019 Write for Rights는 주거권, 기후변화, 여성인권 등 다양한 인권문제에 맞서고 있는 ‘유스 인권옹

호자’를 지지합니다. 11월에 열리

는 세계 최대 인권운동에 함께 하세요!

국제앰네스티 국제총회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에서 국제총회를 개최했다. 이번 국제총회에서는 전 세계 앰네스티 지부 대표 300여 명이 모여 우리가 직면해있는 인권 현실에 대해 논의

했다. 특히 ‘Humanity(인간성)’를 강조하면서 전 지구적 현상으로 두드러지는 ‘불평등의 확대, 기술의 폭주, 기후변화’에 주목했다.

ⓒ Amnesty International

ILGA 아시아 컨퍼런스

세계 최대 국제LGBTI 인권단체, ILGA의 아시아지역 컨퍼런스가 서울에서 열렸다. 우리는 컨퍼런스에

서 군대 내 성소수자 인권침해에 대한 세션을 열어 한국 군대 내에

서 동성 간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범죄화하는 군형법 제92조의6에 대해 논의했다.

ⓒ Amnesty International

‘위안부’ 보고서 재발간

위안부 기림일에 맞춰 일본정부의 명백한 책임을 다시 알리기 위해 2005년 <60년이 넘도록 계속되는 기다림: 일본군 성노예제의 생존자

들을 위한 정의>를 재발간 했다. 해당 보고서는 정의기억연대에 전달 되어 유엔로비활동 및 미국 교민사

회에 ‘위안부’ 문제를 알리고 정의 회복을 촉구하는 활동에 쓰였다.

ⓒ Amnesty Internat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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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앰네스티 지부 대표단으로 구성된 국제앰네스티의 최

고 의사결정기구인 국제총회에서 화석연료기업에 대한 투자

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기후변화 위기의 주 원인이 되는 산

업 생산품에 투자하는 것은 인권을 보호하고 옹호하고자 하

는 우리의 사명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총회에서는 기후

변화 영향을 줄이기 위한 추가 조치를 결의했다. 이 결의에는

2035년까지 비행기를 이용한 이동을 2019년보다 30% 줄이

고, 더 많은 국제회의를 온라인으로 개최하는 것 등이 포함되

어 있다.

이번 의결 결과에 따라 국제앰네스티 국제사무국, 국가별 지

2019 국제 총회(Global Assembly)화석연료기업에 대한 투자 철회 결정

“우리는 세계 최대 인권 단체로서 화석연료 기업에 투자를 계속하는 것이

인권에 반하는 행위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화석연료 산업은 기후변화 재앙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음위칼리 무티아니 (Mwikali Muthiani), 국제앰네스티 국제이사회 이사장

국제총회에서 사용된

한국지부 보팅카드 모습

부를 포함한 모든 주체는 단독으로, 그리고 직접적으로 관리

하는 자산을 화석연료 기업에 투자해서는 안 된다. 또한 기존

화석연료 기업에 투자된 자산은 모두 회수해야 한다. 이에 대

해서는 실무단을 구성해 의결 내용 이행을 위한 지침을 준비

할 예정이다.

무티아니 이사장은 “국제앰네스티는 기업에 의한 심각한 인

권침해를 폭로하고 이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것으로 그

전문성과 성과를 널리 인정받고 있다. 이번 의결을 통해, 화석

연료 기업이 기후변화와 인권에 미치는 영향을 비판하는 우리

의 의도가 더욱 강조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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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책 도서관(Human Library, 휴먼라이브러리)은 ‘사람책’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들과 직접 소통할

기회를 참가자들에게 제공한다. ‘사람책’은 소수자에 속하는 개인이나, 난민, LGBTQI+와 같이 소외되거나 배

제된 집단의 구성원, 그리고 노숙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책 도서관은 약 5명의 사람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강사 1명이 이를 지원한다. 사람책은 자신의 이야기

를 들려줄 준비가 되어 있으며 관련 교육을 받은 이들이다. 학급 또는 그룹은 5~6개의 작은 그룹으로 나뉘어

사람책 1명과 2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눈다. 보통 사람책이 자신의 이야기를 10분 동안 들려주면, 남은 10분 동

안에는 학생들이 직접 질문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시간이 다 되면 각 그룹은 다른 책을 읽을 수 있도록 2~3번

정도 순서를 바꾼다. 강의 시간이 끝날 무렵이 되면 학생들은 사람책에게 메시지를 남길 기회를 얻는다.

한 강사는 이러한 접근이 전통적인 방식의 강의와 수업에 비해 매우 색다른 학습 환경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하

면서 사람책 도서관 프로젝트에 참여한 소감을 전했다. “눈앞에서 사람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

어요. 평가 시간에 어린이들이 ‘사람책’을 자기 가족처럼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사람책을 자기 가족처럼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AMNESTY PEOPLE

사람책 도서관편견과 차별, 혐오에 맞서다

‘겉표지만 보고 책을 판단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수 세대를 전해 내려온 오래된 속담으

로, 누구나 친숙하게 잘 알고 있는 말이다.

국제앰네스티 체코지부는 이 속담을 더욱

구체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

다. 바로 ‘사람책 도서관’ 프로젝트다.

올해로 6년째를 맞은 이 프로젝트는 학교

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주요 대상이다. 지

난 한 해 동안에만 900명 이상이 참가했고,

254명의 ‘사람책’과 함께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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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mnesty International

한 학생은 사람책 도서관에서의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전했다. “난민 캠프에서

봉사활동을 했던 카자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카자는 난민 캠프가 어떤 곳인지 알

려줬고, 덕분에 난민들에 대한 제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어요. 난민은 전부 광적인

이슬람교도들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정말 전쟁 때문에

도망쳐 온 사람들일 뿐이고, 다시 시작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그 사

람들이 유럽에 와서 겪어야 했던 일들은 정말 끔찍했을 거예요.”

참가자 136명을 대상으로 사람책 도서관 프로젝트를 마친 후 소수자에 대한 생

각이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을 때, 가장 주목할만한 것은 특정

한 지식보다는 소수자에 대한 태도가 변했다는 내용이 더 자주 언급되었다는 점

이었다. 또한 3분의 2에 가까운 학생들이 무엇이든 참여해서 변화를 만들어내고

싶다고 답했다. 많은 학생이 인권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는 상태로 참여했지만,

사람과 사람이 대화하는 방식으로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깨는 경험을

이들에게 안겨주었다.

사람책 카자는 난민 캠프가 어떤 곳인지 알려줬고,

덕분에 난민들에 대한 제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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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희망이 아니라

더 많은 행동입니다.”청소년 기후위기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